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Asparagus

[ ASP ] 꽃이 시들다


-) 첫번째 글입니다 👉👈



-) 트위터에 있던 #꽃이_시들어버렸다 로 시작하는 글쓰기 입니다.
-) 개인 캐해석이 난무합니다.
-) 날조와 캐붕多
-) 에고의 시점에서 쓰입니다.












" 꽃이 시들어버렸어 "


원래의 색깔을 잃어 저와 같은 색으로 되어가는 중인 꽃이 담겨진 화분을 들고 너의 뒤에서 말했다.
너는 나의 말에 의자를 빙글 돌렸고, 나와 화분을 차례로 보다가.


" 그러네 "

라고 대답하고는 너는 다시 몸을돌려, 하고 있던 일을 이어나갔다. 너의 대답을 듣고는 몸을 돌려 다 시들어버린 것이 담겨져있는 화분을 들고 방 밖으로 나왔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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좀 걸어가다 나오는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,
방 한가운데에
있는, 이곳에 오기전 함께 앉아서 쉬었던 의자를 손으로 쓸으며 그 뒤로 갔다.

(ー솨아아)
들고있던 화분을 뒤집어 안에 들어있는것을 몽땅 바닥에 쏟아내었다. 구석에 빈 화분을 내려놓았다.
의자 뒤의 바닥에는 방금 부워버린 것 말고도
많은 양의 흙들로 가득히 채워져있었다.

" 끔찍하네 "

나는 쭈그려앉아 바닥을 메우고있는 흙들의 사이에 있는 말라버린 것들에게 속삭였다. 처음의 모습은 아름답지만 시간이 지나면 보이는 이 끔찍한 모습은, 사랑받지 못한 나의 모습같았다.

무릎을 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.
그것들을 두고, 나는 방의 문을 닫았다.
(ㅡ달칵)

이제 이 방은 들어가지 않겠지.
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복도의 벽을 손바닥으로 쓸며 돌아갔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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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 요즘은 화분이 안보이네 "

너는 차가 담겨있는 컵 두 개를 들고와서,
내게 한 개를 건네주었다.
혹여나 떨어트릴까봐 한 손으로 들고온 컵을 나는 양 손으로 소중히 받아들었다.

" 계속 시들어버리길래 "

받아들은 컵을 기울였다. 평소보다 차가 뜨거웠나봐.
웃으며 대답했다고 생각했는데, 눈썹이 살짝 찌푸려진 표정으로 네 질문에 답해버렸다.

눈이 마주친 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.
차가 맛없던게 아니였는데, 맛없어서 찡그린거라 생각하나봐. 상처줘버렸나봐, 라고 생각한 나는
들고있던 컵 안의 뜨거운 차를 한입에 꿀꺽 마셔버렸다.

너는 잠시 나를 보다가 찌푸려진 미간을 손으로 짚으며 풀었다. 어떡하지 역시 화났나봐. 어쩌지, 초조한 마음에 다 비어있는 컵을 양 손으로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.
너는 작게 한숨을 내뱉고는 내 앞에 쭈그려 앉아,
입에 작은 사탕을 넣어줬다.

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식물을 관리하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슬퍼하지말라고 했다. 어차피 방법을 알아도 내가 사랑해주지 못해서 반드시 시들꺼야, 케빌.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면서 내 옆에 앉은 너의 말들을 귀담아 들었다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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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 꽃이 시들어버렸어 "





결과에 변화는 없었다. 새롭게 무언가를 배우고 그것을 해내려면 내게 변화가 일어나야해. 하지만 나는 변할 수 없고,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. 어설프게 변하려하면 도태된다는 사실을 나는 아주 잘 알고있으니까.
분명 도태될테니까.
주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말라죽어버리는 이것들과 나는 같았다. 전부터 식물들을 볼때마다 느꼈던 이 기분을 알았다. 속에서부터 밀려오는 이 알 수 없는 느낌에, 더는 이것을 보고싶지 않았다.

나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, 책상위의 화분을 잡고 복도로 달려나왔다. 전부터 이것들을 버려두는 용도로 만든 방을 향해서. 두 손으로 들고있는 화분의 안에 들어있는 것을 쏟아버릴 생각이였다. 아무도 없어서 조용한 복도를, 발소리가 가득히 채웠었다. 누군가 있었더라면 단번에 누군가가 달리는 중인걸 알 수 있을정도로 발이 바닥에 닿는 소리들의 텀이 매우 짧았고 땅은 울렸다.
(ㅡ벌컥)
문이 급하게 열렸다.
숨을 고르면서 나는 방 안으로 걸어들어갔다.
알 수 없는 친근함이 들었다.
방 한가운데에 놓여진 의자를 지나자, 그 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.
바닥에 쌓여있는 흙들과 그 사이사이에 있는 시들어버린것들의 위에,
내가 버렸던 것들의 위에 초록빛의 무언가가 나있었다.
이건 내가 만든게 아닌데.

쿵. 땅을 둔탁히 울리며 깨지는 소리가 함께 이 작은 방을 메웠다. 고개를 내려 아래를 보니, 들고있던 화분이 바닥에 깨진채로 퍼져있었다.
아, 상처가 나버리면 네게 걱정을 끼칠텐데.
아까와는 다른 알 수 없는 불쾌한기분이 물처럼 밀려왔고, 나는 뒷걸음질 치다가 그대로 방 밖으로 나와 그 앞에 주저앉아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잡았다. 이것들은, 식물은 나와 같지 않았다. 환경이 주어져도 적응하지 못해서 도태되고 마는 나와는 달리, 사랑받고싶어 발버둥치는 나와는 다르다. 사랑받지 않고 큰 관심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었다. 아까 마신 뜨거운 차 때문에 뇌가 녹은 것 같았다. 눈알이 뜨거워지며 눈 앞이 뿌옇게 되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.
잠깐이라도 나랑 같다고 느꼈던 친근함과 동질감이, 이제는 혐오로 변해서 눈으로 흘러나왔
다.
볼을 타고 흐르는 이 감정들이 조절이 되지 않았다.
조절되지 않은 감정을 양 손으로 열심히 막으며 닦아내고 있을때, 바닥이 울렸다. 고개를 들어 보니 네가 놀란표정으로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. 내가 바닥에 앉아있어서 놀랐나봐, 얼굴에 있는 눈물들을 닦아냈다.
너는 내 옆으로 와서 숨을 고른 뒤 무릎을 꿇고 앉았다.

" 무슨일이야? "

너는 울고있던 내게 침착하게 물어봤다.
나는 우물쭈물해 하다가 쭉 펴져있는 다리들을 끌고와 팔로 두 다리를 감싸안으며 말했다.

" 꽃이 시들어버렸어 "

한 손으로 얼굴을 쓱 닦아내고는 손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. 옆에서 너의 한숨소리가 들린 뒤 머리위에 네 손이 얹어졌다.

" 뭐든 돌보는 건 어렵지 "
전의 연구실에 조화가 가득한 이유라고 말하며 피식 웃어줬다. 그것 때문이 아니야, 케빌. 그 말이 가슴을 두드리면서 말했지만.

" 돌보는건 내 적성이 아닌것 같아 "

나는 웃으면서 그렇게 답했다. 너는 내 손을 잡아 바닥에서 일으켜줬다. 나는 치마에 묻은 먼지를 손으로 털어내고는 방의 문을 봤다. 이 방은 다시 보고싶어지지 않을게 분명하니까. 이것들을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, 나는 문을 잠궜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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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 여긴 잠겨있는 문이라 못 들어갈거야 "

" 열쇠가 있으니까 열리지 않을까? "


오랜 시간동안 한번도 열리지 않았던 방 밖에서 둘의 대화소리가 작게 들려왔다.

(ㅡ달칵)
문의 잠금구멍에 열쇠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활짝 열렸다. 이 방의 주인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눈 색을 가진 이와, 얼굴 이곳저곳에 반창고가 붙은 두 명이 첫번째 손님으로 방이 들어왔다.

" 열쇠 어디서 훔쳐온거 아니지? "

" 여기 냄새 좋다~ "

" .. 어휴 "

녹색의 눈을 가진 이가 방을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가운데에 놓여져있는 의자에 앉았다. 뒤따라 들어온 이가 그 옆에 앉았다
. 둘은 이야기를 나누었다.
앞으로 어디로 갈지, 도착한 뒤에는 무엇을 할지.



첫번째 방문자들은 목소리로 이 방을 가득 채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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